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로 꼽히는 삼성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은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변호사·공인회계사 같은 전문직 자격증이 아닌 한자(漢字) 자격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은 채용 때 한자시험을 치르고 있고, 우리은행도 한자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글로벌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기업들이 정작 '하늘 천 따 지'에 능한 사람을 찾고 있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시험에 등장하는 한자는 중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한자와도 차이가 있다.

기업들은 우선 "중국 관련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자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어 능력자를 우대하는 게 더 합당한 일 아닌가?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 보니, 다른 이유가 또 있었다. 삼성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볼 때 한자에 대한 지식이 높은 사람이 사고력과 업무능력도 탁월했다"며 한자 우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취업에서 한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자 시험 응시자도 급증하고 있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오는 17일 시험예정인 '2008년 2회 한자시험'에 1만5000명이 응시해 지난 3월 열린 시험(3750명) 때보다 4배 늘어났다. 또 이들 중 73.6%가 20대이며, 이들은 주로 취업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고급'과 '중급' 시험에 응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회사 업무에서 한자 사용이 실용적이라고 느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